호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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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22 호러를 곁들인 성장 영화, 그것(IT)


그것 (It, 2017)

직접 보기도 전부터 그것은 나에게 꽤 핫한 영화였다. 오래 전 TV 영화로 방영되었던 그것(1990년 작)을 매우 인상깊게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북미에서의 예상을 뛰어 넘는 스코어 역시 나의 기대감에 양념을 조금 더 치긴 했다.) 구작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그리 퀄리티가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팀 커리가 연기한 페니와이즈 만큼은 내 기억 속에 강렬한 족적을 남겼다. 그의 페니와이즈 덕분에 전에 없던 삐에로 공포증이 생겼을 정도이니 말이다. 어쨌든 이러한 추억 때문에 새롭게 리메이크된 그것에 대한 나의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개봉을 기다리며 기대치가 극에 달했을 무렵 한 리뷰를 접했다. "이 영화는 호러 영화가 아니라 성장 영화이다." 스포일러 당할까봐 내용은 자세히 읽어보지 못하고, '이게 무슨 말이지?'하는 의문을 가지고 극장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성장 영화가 맞았다.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들 역시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 보다는 루저 클럽 아이들이 자신의 공포심을 극복해내고 한 걸음 더 성장하는 데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세밀하게 따져 보자면 성장 영화에 약간의 호러 시즈닝을 첨가한 정도랄까. 그래서인지 각 등장인물들에게 보다 명확한 캐릭터성과 서사가 부여되어서 구작에 비해 루저 클럽 멤버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하는 것이 더욱 쉬웠다. 이 점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감상한다면 꽤 훌륭한 영화이기까지 하다. 몇몇 장면들은 약간 감동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호러의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들이 꽤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페니와이즈이다. 그는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할 수록 더욱 강해지는 괴물인데, 그런 것 치고는 영화에서 우스운 꼴로 등장할 때가 너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베벌리를 납치해간 뒤 춤을 추면서 등장하는 부분은 지나치게 우스꽝스러워서 탄식을 자아냈을 정도이다. 거기다 마지막에는 아이들에게 물리적으로 집단 구타를 당하는데, 이 부분 역시 루저 클럽 관점에서는 통쾌한 한방이었지만 호러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었다. 아이들이 더 이상 페니와이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꼭 구타로 표현했어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신작의 페니와이즈가 아주 형편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조용히 등장하거나(하수구, 집 지하실 등) 루저 클럽 한 명, 한 명에게 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공략해 나갈 때는 꽤 공포스러웠다.


이제 영화를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자막에서도 몇가지 수정되었으면 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빌이 조지인척하는 페니와이즈를 알아차리는 장면이 그 중 하나이다. 영화 초반부에 빌이 조지에게 종이배를 만들어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빌은 종이배를 그녀(She)라고 지칭했고, 조지 역시 그것을 재미있어하며 그대로 따라한다. 그런데 조지로 변장한 페니와이즈는 종이배를 가르켜 그것(it)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보고 빌은 조지가 가짜라는 것과 동생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망설임 없이 방아쇄를 당긴다. 자막으로 구현해내기 그리 어려운 부분은 아니었을 것 같아서 아직까지도 아쉬운 점으로 기억되는 장면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크리피한 삐에로는 팀 커리의 페니와이즈이다.


구작이 호러에 성장을 첨가한 영화였다면, 신작은 성장에 호러를 첨가한 영화이다. 영화에 어떤 것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평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나에게는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호러 부분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그 대신 루저 클럽의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거기다 전체적인 완성도 역시 신작이 조금 더 나은 것 같고.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삐에로가 팀 커리의 페니와이즈인 것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