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built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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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17 노엘 갤러거의 새로운 발견, <Who Built The Moon>

내가 오아시스나 노엘 갤러거를 통해 절대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음악들이 가득한 <Who Built The Moon>을 듣고 있자니 어쩐지 신기한 기분이 든다. 취향에 맞지 않는다거나 실망한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신기한 느낌이랄까. 새로운 이름과 함께 앞서 발매한 두 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점점 그동안 하지 않던 음악을 시도해보는구나 싶긴 했지만 적어도 그 때는 오아시스 시절과의 유사성이 조금이나마 느껴졌었는데, 세 번째 앨범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되어 버렸다. 내가 그에게서 듣고싶어하는 음악들과는 약간 거리가 멀어졌지만 이것은 이것대로 그만의 매력이 느껴진다.


시작부터 확실히 전과 다름이 느껴졌던 리드 싱글 <Holy Mountain>


단순히 개인적인 음악의 취향을 따르자면 클래식한 Rock & Roll 감성이 가득 묻어나던 리암 갤러거의 <As You Were>이 조금 더 익숙하고 듣기 편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색다른 <Who Built The Moon> 역시 그리 나쁘지는 않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해 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결과물이 못봐줄 꼴이 아닌 이상 열심히 응원하는 수 밖에.


원하는 랩퍼를 찾지 못해 결국 가사 없이 첫번째 트랙을 차지하게 된 묵직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Fort Knox>가 들려주는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도 좋고, 벌써부터 라이브 공연에서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함께 부를 것이 기대되는 <Keep On Reaching>, 전형적인 노엘 갤러거 식의 발라드 트랙인 <Dead In The Water>도 너무 아름다운 곡이지만, <Who Built The Moon>에서 내가 가장 많이 돌려 들었던 곡은 <The Man Who Built The Moon>이다. 어딘지 모르게 무책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던, 나의 동경을 모두 가져가 버린 오아시스의 음악과 가장 상반된다고 느낀 곡이어서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다크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멍하니 듣고 있다 보면 왠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해도 제법 느낌이 있을 듯.


<Who Built The Moon>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10번 트랙.


심심해서 여러 매체의 앨범 평을 둘러보는데, 정말 뜻밖에도 피치포크의 점수가 높아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존의 오아시스의 음악과(DM, MG) 노엘 갤러거를 좋아하던 나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낯선 이 앨범이, 오아시스를 저평가해온 피치포크의 취향을 저격했다니 참으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