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og

journal 2020. 5. 6. 13:17

노잼이 지나친 요즘, 출퇴근 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일이 없어서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 근데 정말 이러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어렵다. (영어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중.) 사실은 러시아어를 정말 배워보고 싶은데, 일단 알파벳에서부터 좌절감이 느껴져서 쉽게 시도를 할 수가 없다. 독일어 기초만 끝내고 러시아어에 다시 도전을 해 볼까. 그렇지만 나는 천하에 다시 없을 게으름뱅이라서 장담할 수가 없는게 문제이다. 하하. 일단 뭐라도 하기는 해야겠어서 5월 중에 영어 시험을 한 번 볼 생각이다. 벌써 두번 미뤘는데....... 이제는 정말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그런데 하라는 영어공부는 안하고 크리미널 마인드 정주행이나 하고 있으니까 나는 아마 안될 거 같음. 오랜만에 크리미널 마인드를 시즌 1부터 정주행하고 있는데, 다시 보니까 또 재미있다. 이 시리즈를 한창 보던 무렵에는 범죄자 프로파일링이나 세계의 연쇄살인범에 대한 책도 여러 권 읽었었는데, 그것 까지 다시 들춰볼 기세이다. 시험 준비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동네를 걷는데 겹벚꽃이 사방 군데에 떨어져 있었다. 괜히 마음이 울적해 졌지만, 여름엔 또 여름의 즐거움이 있겠지 싶어서 금새 기운을 되찾았다. 그나저나 요즘은 등나무 꽃의 계절인가 보다. 문득 궁금한 것이 왜 학교에는 항상 등나무가 있던 걸까. 우리 동네만 그래요?

 

 

한달에 한 권 이상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뭐가 이리 어렵지. 시간은 많은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

 

정말로 오래간만의 티스토리이다. 방치해 둔 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 우연히 돌아온 이 곳이 낯설지 않고 보기 좋아서 그냥 한 번 끄적여 보는 중. 지난 1년 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런던과 LA를 다녀왔고, 런던에 대한 향수는 더욱 깊어만 갔다. 미국에 대한 환상은 조금 깨졌지만. 새 직장에 출근한 것도 어느덧 2년 째를 바라보고 있다. 나와 가까운 지인이라면 잘 알 테지만 언제나 2년 반이 나의 고비이다. 2년 반 째를 찍고 나면 마음이 뜨고 매사에 삐그덕거리다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지난날 나의 패턴이기 때문이다. 글쎄, 여기서는 또 어떨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Joy Division의 음악과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에 완전히 푹 빠져 있다. 뒤늦게 위태로운 청춘을 연출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물론 언제나 생각만 한다. 순간의 즐거움 때문에 인생을 위태롭게 만들기에 나는 꽤 성실하고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망가지는 것 또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나는 그러기엔 너무 나약하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일탈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트레인스포팅>은 그렇게 나의 최애영화 TOP 22에 안착했다.

 

2월 개봉작 중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 너무 많은데, 요즘 같은 때에 극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겁나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모든 것을 무시하고 극장을 찾기에 나는 겁이 너무 많다. 그렇지만 오타쿠의 본능이 겁을 이기면 또 어찌 될 지 모르겠다. 개봉을 놓치고 VOD가 뜨길 기다리는 순간이 얼마나 지루하고 지겨운지.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후.

 

 


주말동안 심심해서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을 다시 봤는데, 노년의 에릭 아이들이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나에게는 아주 생소한 노래였는데 경기장에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 것이 신기했고, 그것이 인상에 남아서 이 노래가 등장하는 <몬티 파이선과 브라이언의 삶>이라는 영화까지 보게 되었다. 올림픽에서 에릭 아이들이 부르는 것을 들었을 때는 마냥 희망적인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삶에 대한 찬가라기 보다는 오히려 고난의 시기에 마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휘파람을 불자고 말하는 긍정충을 돌려까는 뉘앙스여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나는 듣고 싶은데로 듣고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인생이 나에게 빅 엿을 날리는 것 같은 날 이 노래를 들을 계획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지금이다.




많이 늦긴 했지만 블로그의 옛글을 보다보니 JAMM 포인트 무보상에 관련된 게시물이 보여서 글을 쓴다. 작년 12월 무렵 네이버 뮤직으로부터 JAMM 포인트의 10% 가량을 네이버 페이 포인트로 지급 받았다. 지급 받은 포인트는 네이버에서 쇼핑을 할 때 잘 사용하고 있는 중. 




> (관련글) 네이버 뮤직 JAMM 포인트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2018)


<2018.11.4.>

나에게는 좀처럼 찾아 오지 않던, 시사회 당첨의 기회가 찾아와서 개봉하기도 전에 남들보다 먼저 <보헤미안 랩소디>를 Screen X 상영관에서 보게 되었다.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인지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사실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잘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는 영화이긴 하다. 굵직한 서사가 등장했다가 흐지부지하게 사라져버리길 수 없이 반복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가 개연성 있고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는데다, 연출로 매울 수 없는 그 스토리의 구멍을 퀸의 음악으로 간신히 메우고 있는 수준이니 말은 다 했다. 갈등이 발생했다가 갑자기 맥락없이 퀸의 노래가 나오면서 흐지부지 해결되고 갑자기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한 시간 이상 지켜보다가 보니 지루하기까지 했다. (중간 중간 유머를 넣은 장면들에서 웃기는 했지만 그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까지 살려 줄 수는 없었다.)


바로 그 때, 영화 초반에 머큐리 혼자 무대에 오르는 것 처럼 보였던 장면이 사실은 그의 가족과 다름없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역사를 만들었던 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전설적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재현된 20여분 간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으로 인해 나는 이 영화에 대한 어떤 평가도 내릴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고 말았다. 너무나 충실하게 퀸을 재현해낸 배우들과, Screen X 상영으로 인해 온 시야를 가득 메우는 열정정인 관객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퀸의 음악은 나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을 불러 일으켰고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Sing Along 상영관이었다면 진짜 박수 치면서 노래 다 따라 불렀을 것...)


마지막의 저 극적인 20분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정도 레벨의 영화를 만들어 낼수가 있지? 논할 가치도 없네." 정도로 이 영화를 평가 했겠지만, 20분 간 강렬한 경험을 하고 나온 나는 뭔가에 씌인 듯이 앞서 느꼈던 지루함을 비롯한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싹 잊어버렸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경험을 하고 나온 듯한 기분에 잔뜩 들뜨고 말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 1주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라이브 에이드 실황을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것이 영화를 저렇게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겠다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 날의 감정은 진짜였고, 그 때문에 나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영화로 선정하는 바이다.


덧. 스토리와 연출은 별로였지만, 배우들은 너무나 훌륭했다. 특히 어떻게 저렇게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들을 찰떡같이 캐스팅 했나 싶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할 정도였다. 특히 브라이언 메이와 존 디콘은 거의 본인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비슷했다. 로저 테일러 역의 벤 하디는 외모가 비슷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생겼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벤 하디는 왠지 장발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레토 (Summer, 2018)


진정한 의미의 새해 첫 영화. (1월 1일에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긴 했지만 그 전에 이미 두 번이나 본 영화니까 논외이다.) 영화를 고르는데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레토의 경우 영화의 소재와 정치적인 상황, 그리고 평단의 평가까지 놀랍도록 내 취향에 맞아 떨어져서 꼭 극장에서 관람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레토는 스토리텔링에 충실한 전기영화라고 하기 보다는  찬란하게 빛나는 어느 여름 날의 한 순간을 그대로 담아낸 사진과 같다. 빅토르 최라는 인물의 실화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서사나 밴드 키노의 활동,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은 깨끗하게 들어 냈다. 그 대신 영화가 조명한 것은 1981년의 여름, 억압된 사회 체제 속에서도 영혼 만큼은 억압당하지 않았던 인디 뮤지션들과 그들의 열정, 그리고 그들을 스쳐 지나갔던  강렬한 감정이다. 


영화는 빅토르, 마이크, 나타샤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 관계를 조명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이크에 감정을 이입하며 영화를 감상했는데, 아무래도 레토 내에서 감정을 가장 알기 쉽고 또 많이 드러내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소유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감수하는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그럼에도 빅토르의 음악적인 재능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이 굉장히 멋있었다. 거기다 실제로 마이크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에서는 검열이 엄격한 소련에서 받아들여지는 가사를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하는 본인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이랄까 자괴감 같은 것이 느껴져서 거기에 더욱 감정이 이입되기도 했다. (마이크의 가사는 서정적이고 아름답지만 시대를 대변하는 느낌은 아닌 반면, 빅토르의 가사에는 사회주의 국가의 어두운 면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영화가 담아내는 시기가 굉장히 한정적이여서 그 이후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했으며 음악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유추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로 그들의 1981년을 살짝 엿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스토리에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어서 있는 그 대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레토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바로 그 시절 인기있었던 훌륭한 뮤지션들의 커버 곡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 영상을 첨부한 Iggy Pop의 Passenger부터 시작해서 Talking Heads의 Psycho Killer, Lou Reed의 Perfect Day 등 수 많은 명곡들이 재해석되어 삽입되는데 영상과 음악 모두 훌륭하기 때문에 좋은 볼거리 이다. 뮤지컬 느낌도 나고 코믹한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서 재미있기도 하다. 


중간 중간 클래식 락 앨범들의 커버를 재해석한 장면들도 나오는데 더쿠들이라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Rolling Stones의 Sticky Fingers, The Beatles의 Abbey Road, With The Beatles, Pink Floyd의 Wish You Were Here, The Velvet Underground, The Who의  Who's Next 는 확실히 생각난다. 이거 확인하러 한 번 더 보러 갈 기세.


관객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회의론자(Skeptic)


그리고 한 편의 짧은 뮤직비디오가 끝날 때 마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회의론자(Skeptic)의 역할도 꽤 흥미롭다. 영화를 보고 있는 이 시대의 우리가 할 법한  생각을 등장인물들에게 말하기도 하고, 상황을 정리하고 상상과 현실을 구분해주기도 하는데 덕분에 색다른 영화 감상을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레토는 기타를 치며 서로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다가 거침없이 옷을 벗고 바다를 향해 뛰어들 수 있는, 젊음이 가득한 1981년 여름의 해변이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검열로 가득한 억압된 시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따금씩 앨범을 꺼내 들춰 보듯이 레토를 떠올리며 그 여름을 함께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애상적 아름다움이 넘실거리는 영화를 본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