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다운되는 날에는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싶지 않아 진다. 남의 속도 모르고 광광 울려대는 음악들이 예전처럼 신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 다른 노래를 들어볼까 하고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를 돌고 또 돌다가 발견한 것이 Seoul의 I Becaome A Shade였다.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 지구 반대편에서 활동 중인 어느 밴드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Soul을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Seoul은 Seoul이었다.


밴드의 이름은 정말 익숙하고 친근하지만 국적은 캐나다이고, 거기다 음악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드림 팝이어서 저절로 왠지 모를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 이 짤을 떠올리고야 말았다...!





Seoul의 음악을 듣다 보니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 "캐나다 사람들인데 왜 밴드 이름은 서울로 지은거지?"

친절한 구글로 부터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Seoul의 멤버들은 한 번도 한국에 와 본적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도시 서울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추구하는 음악이 도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도시 이름을 밴드명으로 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중 Seoul이 영혼을 의미하는 Soul과 어감이 비슷한데다 고독을 나타내는 Sole과도 어감이 비슷해서 마음에 들었다는 것. 


그러고 보니 내가 들었던 Seoul의 음악에서는 왠지 모를 도시의 적막이 느껴지곤 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의 이면에 감추어진 끝없는 어둠과 고요함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티파이에 등록된 수 많은 음반들 중에서 <I Become A Shade>가 울적한 내 마음을 끌어당겼던 것이 아닐까.


<I Become A Shade>의 수록곡 I Become A Shade



2010년대에 등장한 밴드 답지 않게 Seoul은 SNS를 비롯한 각종 소셜 미디어에 본인들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것을 꺼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때문에 밴드의 근황이나 정보를 쉽게 얻기 어려워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외향이나 사생활이 주는 이미지 보다는 먼저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들의 생각은 오디오 보다는 비주얼이 더욱 각광받는 오늘날의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 준다.


<I Become A Shade>의 수록곡 Stay With Us


<I Become A Shade>의 수록곡 Haunt / A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