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노엘 갤러거의 높이 나는 새들의 내한공연이 있던 날이다.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간단한 리뷰를 써 보려고 했는데 이미 기억이 휘발되고 말았다. 어쨌든 나의 첫 노엘 갤러거 영접일이자 굉장히 의미있는 기록으로 남을 것 같았던 바로 그 날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좋았던 점

- 올림픽홀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내가 기대한 것보다 시야가 굉장히 좋았다. 2층 좌석에서도 무대 위의 밴드 멤버들이 굉장히 잘 보였다. 대만족.

- 왠지 형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노엘 형님의 라이브 컨디션. 몸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야 들었는데, 컨디션 난조가 무색할 정도로 멋진 라이브를 들려 주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 Supersonic. 바로 직전 셋리스트에 없던 곡이여서 5% 정도만 기대하고 갔는데 정말 들려주셔서 기뻤다.

- Half The World Away 후렴 끝 부분의 짝짝! 소리. 맞춰서 박수를 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귀여웠고 그걸 보고 씨익 웃는 노엘도 좋았다.

- 앵콜 브레이크 때 Live Forever 떼창. 초반에 잘 안맞는 바람에 돌림노래가 되고 말았지만 팬들의 순수한 열정이 느껴져서 훈훈한 시간이었다. 두번째 부를 때는 찰떡같이 잘 맞추기도 했고.


노엘과 팬들 모두 사랑스러웠던 Half The World Away


아쉬웠던 점

- 올림픽홀의 음향은 여전히 별로였다. 일전에 Buena Vista Social Club의 공연을 봤을 때도 다 좋은데 음향은 참 별로구나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보다도 더 별로였던 것 같다.

- 생각보다 조용했던 지정석 관객들. muse와 coldplay 콘서트에서 좌탠딩의 매력의 빠졌던 나는 스탠딩 구역의 사람들을 한없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집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와아! 하면서 사람들을 일어나게 만들만한 셋리스트 구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노엘의 음악 스타일 자체가 스타디움 밴드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으니 말이다. 

- The Importance Of Being Idle이 빠진 셋리스트. 아마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이걸 Supersonic으로 바꾼 듯 싶은데 좋으면서도 아쉬운 양가감정이 든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인생인 걸까. 


마무리

이번 공연을 다녀와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나에게 oasis는 말 그대로 락앤롤 스타이자 한 여름의 락페스티벌 그 자체와 같은 밴드였는데, 하플버로 돌어온 노엘 갤러거의 음악은 확실히 전과 다르고 공연의 형태도 그와는 차이가 있음이 피부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 변화가 싫은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응원하고 지지할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제 다시는 내 마음 속에 oasis와 같은 강렬한 감정과 추억을 남길만한 밴드를 만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약간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이것 또한 익숙해 지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