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들을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게 지내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는 요즘. 나는 주로 잠자리에 누워서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마냥 흥이 나는 음악보다는 차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음악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남겨두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듣는 곡이 바로 Spiritualized의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이다.


우리는 지금 우주에 있다고 나지막히 속삭이는듯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노래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제목 그대로 저 넓은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스르륵 잠이 드는 것이 최근들어 생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취미 중 하나이고 말이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들락 말락하는 몽롱한 상태에서 듣는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는 천국과도 같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도 이 곡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Pachelbel의 Canon in D 와 Elvis Presley의 Can't Help Falling In Love 이라는 클래식한 명곡들을 샘플링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Spiritualized의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가 우리 시대의 클래식으로 남을테니, 클래식이 클래식을 만들어낸 셈이다.


Spiritualized의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Radiohead의 <OK Computer>, The Verve의 <Urban Hymns>, Blur의 <Blur>가 모두 한 해에 발매되었다는 그 시절의 영국은 대체 어떤 나라였을까 궁금하다. 사람 사는 곳은 물론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더쿠로써 자연스럽게 드는 살아볼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