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포핀스 리턴즈 (Mary Poppins Returns, 2018)


제작 소식을 들었던 순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개봉일에 보고 왔다. 다시 만난 메리 포핀스와 마이클, 제인은 반가웠지만 생각보다 아쉬운 점이 많아서 마음이 복잡하다. 그렇지만 전혀 매력이 없는 영화는 아니었기에 기억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 좋았던 점

1.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주연을 맡은 에밀리 블런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였다. 다른 얼굴의 메리 포핀스를 보는 것이 낯설까봐 우려했는데 에밀리 블런트의 매력으로 모든 걱정이 잘 매워졌다. 사랑스럽지만 엄격했던 전작의 메리 포핀스를 재현해 내면서도 본인만의 색을 더해서 또 다른 메리 포핀스를 멋지게 창조해 냈다. 줄리 앤드류스의 맑은 음색과는 조금 다르지만 에밀리 블런트의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듣 것 역시 좋았다.

그 밖에도 이제는 성인이 된 마이클과 제인, 점등원 잭, 애나벨, 잭, 조지, 이제는 더 나이들어 보이는 붐 제독과 미스터 구딩은 물론이고 잠깐씩 등장하는 공원 관리인 조차 영화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체리 트리 레인이 존재해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훔쳐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2.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과정 또한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엔딩 부의 봄이 찾아온 체리 트리 레인의 아름다운 하늘과 흩날리는 벚꽃 잎들, 하늘을 나는 색색의 풍선들은 마치 동화를 보는 것 처럼 사랑스러웠다. 발달한 기술 덕분인지 확실히 영상미는 훨씬 좋아 진 것 같다.


3. 전작에 등장한 캐릭터와 사건들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메리 포핀스가 잭에게 버트의 안부를 묻는다던지 어린 마이클과 제인을 처음 만났을 때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 반가웠고, 특히 메리 포핀스와 아이들을 통해 구원 받은 미스터 뱅크스가 가족과 함께 날렸던 연이 신작에서도 가족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주요한 소품으로 사용된 것이 너무 좋았다.



모든 근심과 걱정으로 부터 해방된 마이클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하며 부르는 노래 Nowhere to go but up 에 전작에서 미스터 뱅크스를 구원하는 넘버로 사용된 Let's go fly a kite 의 멜로디를 샘플링한 것 또한 굉장히 의미있었다. 메리 포핀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팬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밸런스를 유지하며 전작의 요소를 영리하게 배치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 딕 반다이크의 재등장도 반가웠다! 전작에서 도스 시니어를 연기했을 때는 노인 분장을 했는데 이번에 도스 주니어 역할을 하면서 진짜 노인이 되어서 등장한 것도 재미있다.



  • 아쉬웠던 점

1. 리메이크가 아니라 속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너무 충실하게 전작을 재현했다. 오프닝 시퀀스는 물론이고 영화의 전체적인 플롯이 전작과 너무나도 흡사해서 지루할 정도였다.


약간 문제가 있어 보이는 가족에게 어느 날 마법처럼 나타난 메리 포핀스가 아이들에게 마법을 보여주고, 그림 속의 세상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그녀의 범상치 않은 친척(전작에서는 삼촌, 신작에서는 사촌)을 소개하는 등 특별한 가르침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메리 포핀스로부터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배우고, 결국 이를 통해 서로 화합하여 가족의 위기를 극복해 낸다. 그리고 메리 포핀스는 역할을 마쳤다는 듯 가족을 찾아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법처럼 사라진다. 전체적인 뼈대는 모두 동일하고 거기서 몇가지 요소만 바뀐 수준이다. 리메이크면 몰라도 적어도 속편이라면 이렇게 구태의연하게 만들면 안되는게 아닌가 싶다.


2. 스토리에 개연성이 너무 부족한데다 안일하기까지 하다. 특히 메리 포핀스가 빅벤으로 향하는 순간이 그 절정이었는데, 빅벤만 보고도 이후의 스토리가 쭉 떠오를 정도였다. 이야 문제를 해결한다고 시계탑으로 가네. 시계 바늘을 돌려서 시간을 늦추겠구나. 그럼 붐 제독이 대포를 발사하는 시간도 정확해 지겠군. 하고 자연스럽게 그 다음 다음의 스토리까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이다.

거기다 잭의 팔이 빅벤의 분침에 닿지 않는 것을 보고 메리 포핀스가 어이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고 당연하다는 듯 날아가서 본인이 직접 처리하는 건 대체 무슨 연출인지. 그럴거면 진작 본인이 가서 돌렸으면 될 일이 아닌가. 반짝이들(점등원)의 사다리 묘기와 높은 곳에서의 아슬아슬한 스릴도 보여주고 싶고, 메리 포핀스의 특별한 능력도 보여주고 싶은데 어쩌지? 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 모두를 섞어버린 느낌이었다.


3. 무엇보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전작에 비해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다는 점이다. 아이팟에 메리 포핀스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통채로 넣어 놓고 들을 만큼 좋아했던 터라 신작의 뮤지컬 넘버도 기대했는데, 어떻게 54년 전 영화보다 못할 수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건 물론 개인의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나는 크게 실망했다. 그나마 Can you imagine that?, Nowhere to go but up 정도가 귀에 잘 들어오고 입에도 잘 붙는 정도였고 나머지는 글을 쓰는 지금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A spoonful of sugar,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Chim chim cher-ree, Jolly holiday, Let's go fly a kite 등을 비롯해 오랫 동안 사랑받는 인상적인 넘버가 많았던 전작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 글을 마치며

기대가 컷던 만큼 아쉬움도 컷던 영화이지만 왠지 한 번 정도 더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둡고 추웠던 런던에 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풍선과 함께 날아 오르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과 웃음소리가 봄 하늘을 가득 수놓은 마지막 장면이 나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곰돌이 푸 부터 시작해서 최근 디즈니 실사 영화의 트렌드는 어른용 힐링 동화인 것 같은데, 뻔하다고 욕 하면서도 볼때마다 그 속에서 작은 행복과 위안을 얻는 것을 보면 디즈니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한가 보다 싶다.


Goodbye, Mary Popp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