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2018)


<2018.11.4.>

나에게는 좀처럼 찾아 오지 않던, 시사회 당첨의 기회가 찾아와서 개봉하기도 전에 남들보다 먼저 <보헤미안 랩소디>를 Screen X 상영관에서 보게 되었다.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인지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사실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잘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는 영화이긴 하다. 굵직한 서사가 등장했다가 흐지부지하게 사라져버리길 수 없이 반복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가 개연성 있고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는데다, 연출로 매울 수 없는 그 스토리의 구멍을 퀸의 음악으로 간신히 메우고 있는 수준이니 말은 다 했다. 갈등이 발생했다가 갑자기 맥락없이 퀸의 노래가 나오면서 흐지부지 해결되고 갑자기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한 시간 이상 지켜보다가 보니 지루하기까지 했다. (중간 중간 유머를 넣은 장면들에서 웃기는 했지만 그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까지 살려 줄 수는 없었다.)


바로 그 때, 영화 초반에 머큐리 혼자 무대에 오르는 것 처럼 보였던 장면이 사실은 그의 가족과 다름없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역사를 만들었던 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전설적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재현된 20여분 간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으로 인해 나는 이 영화에 대한 어떤 평가도 내릴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고 말았다. 너무나 충실하게 퀸을 재현해낸 배우들과, Screen X 상영으로 인해 온 시야를 가득 메우는 열정정인 관객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퀸의 음악은 나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을 불러 일으켰고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Sing Along 상영관이었다면 진짜 박수 치면서 노래 다 따라 불렀을 것...)


마지막의 저 극적인 20분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정도 레벨의 영화를 만들어 낼수가 있지? 논할 가치도 없네." 정도로 이 영화를 평가 했겠지만, 20분 간 강렬한 경험을 하고 나온 나는 뭔가에 씌인 듯이 앞서 느꼈던 지루함을 비롯한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싹 잊어버렸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경험을 하고 나온 듯한 기분에 잔뜩 들뜨고 말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 1주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라이브 에이드 실황을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것이 영화를 저렇게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겠다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 날의 감정은 진짜였고, 그 때문에 나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영화로 선정하는 바이다.


덧. 스토리와 연출은 별로였지만, 배우들은 너무나 훌륭했다. 특히 어떻게 저렇게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들을 찰떡같이 캐스팅 했나 싶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할 정도였다. 특히 브라이언 메이와 존 디콘은 거의 본인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비슷했다. 로저 테일러 역의 벤 하디는 외모가 비슷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생겼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벤 하디는 왠지 장발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