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오래간만의 티스토리이다. 방치해 둔 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 우연히 돌아온 이 곳이 낯설지 않고 보기 좋아서 그냥 한 번 끄적여 보는 중. 지난 1년 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런던과 LA를 다녀왔고, 런던에 대한 향수는 더욱 깊어만 갔다. 미국에 대한 환상은 조금 깨졌지만. 새 직장에 출근한 것도 어느덧 2년 째를 바라보고 있다. 나와 가까운 지인이라면 잘 알 테지만 언제나 2년 반이 나의 고비이다. 2년 반 째를 찍고 나면 마음이 뜨고 매사에 삐그덕거리다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지난날 나의 패턴이기 때문이다. 글쎄, 여기서는 또 어떨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Joy Division의 음악과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에 완전히 푹 빠져 있다. 뒤늦게 위태로운 청춘을 연출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물론 언제나 생각만 한다. 순간의 즐거움 때문에 인생을 위태롭게 만들기에 나는 꽤 성실하고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망가지는 것 또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나는 그러기엔 너무 나약하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일탈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트레인스포팅>은 그렇게 나의 최애영화 TOP 22에 안착했다.

 

2월 개봉작 중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 너무 많은데, 요즘 같은 때에 극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겁나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모든 것을 무시하고 극장을 찾기에 나는 겁이 너무 많다. 그렇지만 오타쿠의 본능이 겁을 이기면 또 어찌 될 지 모르겠다. 개봉을 놓치고 VOD가 뜨길 기다리는 순간이 얼마나 지루하고 지겨운지.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후.